[난소암] 난소암은 왜 ‘조용한 살인자’라고 불리나요?

최근 늘어나는 관심, 그러나 여전히 위험한 암

우리나라에서 방송인 홍진경씨가 난소암 투병 사실을 공개하면서 난소암이 사회적 관심이 된 적이 있습니다. 난소암은 ‘조용한 살인자(Silent Killer)’라는 무시무시한 별명을 가지고 있는 무서운 질병입니다.

2025년 예상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약 3,580명의 여성이 새로 난소암 진단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1,497명이 난소암으로 사망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부인암 중에서는 생존율이 가장 낮은 치명적인 질환입니다. 최근에는 이른 초경과 늦어지는 첫 출산 연령과 관련한 증가한 배란으로 20~30대 젊은 여성에서도 증가하고 있어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왜 난소암은 왜 ‘조용한 살인자’라고 불릴까요?


증상이 거의 없거나 모호한 초기 단계

난소암이 ‘조용한 살인자’로 불리는 가장 큰 이유는 초기에 자각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난소는 여성의 골반 깊은 곳에 위치한 엄지손가락만 한 크기의 작은 장기로, 암이 3~4기로 진행될 때까지 아예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난소암 증상은 다음과 같이 매우 흔하고 일반적인 증상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난소암의 70% 이상이 초기 단계에서는 증상을 보이지 않으며, 일부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비특이적이어서 다른 질환으로 오인하기 쉽습니다.

  • 지속적인 복부 팽만감과 더부룩함
  • 조기 포만감
  • 골반 통증이나 불편감
  • 잦은 소변이나 절박뇨

이런 증상들은 위장장애, 생리통, 방광염 등 다른 흔한 질환들과 혼동되기 쉬워 조기 발견이 어렵습니다. 실제로 대규모 연구에서 고위험 조기 난소암 환자의 72%가 한 가지 이상의 증상을 보였지만, 가장 흔한 증상조차 복부 및 골반 통증(31%), 복부 팽만감(26%)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이러한 애매한 증상들은 환자들이 병원 방문을 미루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됩니다. 하지만 이런 증상을 중요히 여겨야 하는 이유로, 한 연구에 따르면 난소암 환자의 95%가 진단 전에 증상을 경험했지만, 증상을 무시한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진행된 병기에서 진단받을 확률이 유의하게 높았습니다. 난소암 환자의 95%가 진단 전 3~12개월간 증상을 경험했지만, 흔한 증상이라 무시되기 쉽습니다. 증상이 3주 이상 지속되고 새롭거나 자주 반복된다면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야 합니다. 자신의 몸 변화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조기 발견의 핵심입니다.


조기선별 검사의 부재 및 진단 지연

난소암 진단이 늦어지는 또 다른 이유는 확립된 조기 선별 검사가 없다는 점입니다. 자궁경부암의 경우 정기적인 자궁경부 세포검사를 통해 조기 발견이 가능하지만, 난소암은 효과적인 선별검사 방법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종양표지자인 CA-125와 초음파 검사를 부인과 건강검진에서 시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CA-125는 난소암 세포에서 생성될 수 있는 단백질로, 일반적으로 35 U/mL 이하가 정상으로 간주됩니다. 하지만 이 검사를 난소암 선별 검사로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 건강한 여성의 5%도 35 U/mL 이상의 수치를 보입니다.
  • 자궁내막증, 자궁근종, 임신 등 양성 질환에서도 상승할 수 있습니다.
  • 초기 난소암 환자의 25%는 정상 수치를 보입니다

초음파 검사 (질식초음파 검사) 을 통해서 난소를 더 자세히 볼 수 있지만, 이 역시 암을 확진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영국에서 20년간 진행된 대규모 연구 결과 (UKCTOCS), CA-125 검사와 초음파를 이용한 난소암 선별검사는 생존율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오히려 불필요한 수술과 걱정만 증가시킨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렇게 효과적인 선별 검사가 없어서 정기적으로 꾸준히 검진을 받았는데도 3~4기 난소암으로 진단받는 환자들이 종종 있을 정도입니다. 난소암은 단기간에 발생해서 말기까지 매우 빠르게 진행되는 특성이 있어, 발견되었을 때 말기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난소암 진단이 지연되는 경우도 문제가 됩니다. 증상이 있어 방문한 경우 골반 내진 및 초음파 또는 CT 검사를 받지 않은 경우에도 진단이 지연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치료 지연에 관한 연구에서는 진단 후 1개월 이상 치료가 지연될 경우 전체 생존율과 암 특이 생존율이 유의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특히 치료가 지연된 환자들은 진행된 병기에서 발견될 확률이 높았고, 환자의 심리적 고통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높은 사망율과 재발율

환자의 60~70%가 이미 3기 이상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받아, 조기 발견 시 80~90%인 완치율이 30% 이하로 급격히 떨어집니다. 난소암의 생존율은 발견 시기에 따라 극명하게 차이가 납니다. 국가암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5년 생존율이 1기는 76~93%, 2기는 60~74%에 이르지만, 3기는 23~41%, 4기는 11%로 급격히 떨어집니다. 2021년 기준 난소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은 65.9%로, 전체 암 환자 생존율에 비해 낮은 편입니다. 이는 유방암의 94.3%나 자궁경부암의 79.9%와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입니다.


최신 치료법과 희망

이렇게 높은 사망율과 재발율로 인해 여전히 난소암은 난치암에 해당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최근에는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2010년대 초반에 개발된 항신생혈관 억제제 (anti-VEGF) 베바시주맙은 종양의 혈관 형성을 억제하여 재발을 줄여주는 효과를 보였습니다. 이후 PARP 억제제가 등장하면서 난소암 치료에 큰 전환점이 마련되었습니다.

PARP 억제제는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 PARP 효소를 막아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약제로, 수술 및 표준 항암요법 후 유지 요법으로 사용할 때 재발까지의 기간 (무진행생존기간, progression-free survival) 을 유의하게 향상시키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Lynpaza의 경우 전체생존기간도 향상). 특히 상동재조합결핍(homologus recombination deficiency, HRD) 검사를 통해 표적치료제 대상 환자를 더 많이 선별할 수 있게 되면서, 더 많은 진행성 난소암 환자들이 표적치료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항체약물접합체 (antibody drug conjugate, ADC)도 새로운 난소암 치료제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는 항체에 화학항암제를 붙여 암세포를 스스로 찾아가 공격하게 하는 방식으로, 백금 항암제에 내성을 겪는 환자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난소암 고위험군

난소암은 주로 50-60세에 가장 많이 발생하지만, 최근에는 발병 연령이 낮아져 40대에서도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특히 30대 환자가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젊은 여성들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다음과 같은 경우 위험도가 높습니다.

  • 임신이나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
  • 이른 초경을 한 여성
  • 늦은 출산을 한 여성
  • 유방암에 걸린 적이 있는 여성
  • 가족 중 난소암, 유방암, 대장암 환자가 있는 여성 유전적 요인의 중요성

그리고 난소암의 약 10-15%는 유전성입니다. 특히 헐리우드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로 인해 한 번 잘 알려진 유전자로, BRCA1이나 BRCA2 유전자 변이를 가진 여성의 경우는 난소암의 발생 위험이 증가합니다:

  • BRCA1 변이: 39-58%가 난소암 발병 위험
  • BRCA2 변이: 13-29%가 난소암 발병 위험

일반 여성의 난소암 발병 위험이 약 1.1%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입니다. 어머니나 아버지로부터 BRCA유전자 변이를 물려받을 확률은 50%입니다.


난소암 예방을 위한 구체적 방법

경구피임약 복용

5년 이상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면 난소암 위험을 30~50% 줄일 수 있으며, 이 효과는 복용 후 수십 년간 지속됩니다. BRCA 유전자 변이자에게도 예방 효과가 뚜렷해 권장되는 전략입니다. 다만 유방암이 있는 경우 개별 상담이 필요합니다.

출산과 모유수유

임신 횟수가 많고, 첫 출산을 26세 이전에 한 여성은 난소암 위험이 낮습니다. 임신과 모유 수유 기간 동안 배란이 억제되어 위험 감소에 기여합니다.

생활습관 관리

  • 비만과 흡연은 난소암 위험을 증가시키므로, 규칙적인 운동과 금연이 필요합니다 (흡연은 난소암 중 점액성 암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 건강한 체중 유지와 복부 지방 감소에 신경 써야 합니다.

고위험군의 특별 관리

  • CA-125 혈액검사와 질식 초음파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으며 의료진과 상담하세요.
  • 가족력이 있는 경우, 특히 1촌에 난소암 환자가 있으면 발병률이 3~6배 높아지므로 유전자 검사를 적극적으로 받는 것이 좋습니다.
  • BRCA 등 유전자 변이 이상을 동반한 고위험군은 유전상담 후 적정 시기에 예방적 난소·난관 제거술(risk-reducing salpingo-oophorectomy, RRSO)을 고려해야 하며, 의학적 상담 후 결정해야 합니다. BRCA1 보유자는 35~40세, BRCA2 보유자는 40~45세에 예방적 절제수술을 권고하며, 이 연령 이전에 출산을 마치는 것이 권장됩니다. 수술 후 호르몬 대체요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난소암을 완전히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고위험군 관리를 통해 발생을 줄일 수 있습니다. 특히 BRCA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고위험 여성의 경우, 출산 계획이 완료된 후 예방적으로 난소와 난관을 절제하면 99%까지 예방할 수 있습니다. 난소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생일’처럼 매년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는 특정한 날을 정해서 정기적으로 부인과 진료를 받을 것을 권장합니다.


몸을 잘 살피는 것이 최선의 예방이자 치료

난소암은 조기 증상을 알아차리기 어렵고 흔한 증상과 구분이 어려워 ‘조용한 살인자’로 불립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난소암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고위험군에 해당한다면 정기 검진 및 유전자 검사, 필요할 때 예방적 수술까지 고려해야 하며, 일반 여성이라도 경구피임약 복용, 출산, 모유 수유, 운동과 금연 등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 중요합니다.

난소암은 더 이상 ‘사망선고’가 아닙니다. 의료진과 환자, 가족이 한 팀이 되어 치료를 통해 극복하려는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질환이며, 이를 통해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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