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함을 털어내고 천천히 알아가요.
난소암이라는 단어는 너무 무섭고 낯설죠. 갑작스럽게 마주한 난소암 진단 앞에서 “이게 뭘 의미하는 걸까?”, “어떻게 치료하지?”, “내 삶은 어떻게 될까?” 하는 불안감과 슬픔이 한꺼번에 밀려올 수 있어요. 이 글은 그러한 환자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난소암에 대해 정확히 알고, 앞으로의 치료와 생활을 하나씩 준비해보아요.
난소암이란 무엇인가요?
난소암은 ‘난소’라는 여성 생식기관에서 시작되는 암을 말하지만, 사실은 여러 가지 세포 유형에 따라 나뉩니다.
- 상피세포암 (Epithelial Ovarian Cancer):이 중 일부는 유전적 요인과 관련이 있는데, BRCA1, BRCA2 유전자 돌연변이와 연관될 수 있습니다. 전체 난소암의 약 85~90%를 차지합니다. 난소의 겉면 또는 난관에서 발생하며, 대부분 중년 이후 여성 (40대 이상) 에게 나타납니다.
- 생식세포암 (Germ Cell Tumor): 난자를 만드는 세포에서 발생하며, 주로 10대~20대 초반 여성에게 생깁니다. 대부분 한쪽 난소에만 발생하고 예후도 좋은 편이에요.
- 기질세포암 (Stromal Cell Tumor): 난소의 구조를 형성하고 여성호르몬을 생산하는 세포에서 생기는 암입니다. 전 연령대에서 생길 수 있고, 매우 드물지만 호르몬과 관련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요.
난소암은 어떤 증상이 있나요?
예전에는 난소암을 ‘조용한 암’, 즉 증상이 늦게 나타난다고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조기 증상이 분명히 있다는 연구가 많아졌어요. 다만 이 증상들은 다른 질환에서도 흔히 나타날 수 있어 오해하기 쉬운 게 문제죠. 중요한 건 “새로 생긴 변화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악화되는가” 입니다. 주의해야 할 주요 증상은 이하와 같아요.
- 복부 팽만감, 지속적인 더부룩함
- 골반 또는 아랫배 통증
- 소화불량, 쉽게 배가 부르거나 식욕 저하
- 소변이 자주 마려운 느낌 또는 급한 느낌
- 만성 피로, 허리통증
- 생리 주기의 불규칙
- 성관계 시 통증
이러한 증상이 거의 매일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산부인과 전문의에게 꼭 진료를 받아야 해요. 단순한 스트레스나 생리 전 증상으로 넘기기엔 너무 중요한 신호일 수 있습니다.
난소암은 어떻게 진단하나요?
난소암에 필요한 진단은 이하와 같아요. 일반적으로는 기본 검진 (진찰, 초음파 검사) 에서 악성 의심 소견이 있는 경우 종양표지자 검사를 비롯한 추가 영상검사 (CT, MRI, PET-CT) 를 추가적인 확인을 하게 됩니다.
- 산부인과 진찰: 가장 먼저 골반 내진을 통해 혹이 만져지는지 확인합니다.
- 초음파 검사: 질식 초음파로 난소, 자궁 주위를 자세히 들여다보며 혹의 유무를 확인해요.
- 종양표지자 혈액검사 (CA-125): 종양표지자 중 하나로, 난소암 환자에서 수치가 높게 나타날 수 있어요. 하지만 완전한 진단 기준은 아니고 참고자료로 사용됩니다.
- CT/MRI/PET-CT 등 영상검사: 암의 크기와 전이 여부를 확인하는 데 필수입니다.
- 초음파를 통한 조직 검사 또는 진단적 복강경: 최종적으로 암인지 확인하려면 암세포를 채취해 현미경으로 분석해야 해요.
난소암의 단계 (병기) 는 어떻게 나누나요?
난소암의 단계, 정확히는 병기 (stage) 라고 하는데, 병기를 정확히 아는 것이 치료 계획의 올바른 시작입니다. 병기는 영상 검사를 통해서 ‘추정’을 할 수 있는데, ‘확진’ 을 위해서는 정확하게는 병기설정술 (staging operation) 를 통해 확인된 조직 검사 소견에 따라 그 전이 범위를 통해 병기를 정하게 됩니다. 난소암의 대부분은 조기 발견의 어려움으로 인해 진단 시 60-70% 에서 3-4기로 진단이 되고 있어요. 관용적으로 초기는 1-2기를 의미하고, 말기는 3-4기를 뜻합니다 (초기였어도 이후 재발을 하면 일반적으로 말기로 생각합니다).
- 1기: 난소에만 국한된 상태
- 2기: 암이 자궁이나 나팔관 등 골반 내 다른 장기로 퍼진 상태
- 3기: 복부로 암이 전이된 상태 (장, 복막 등)
- 4기: 폐, 간 등의 복부 바깥 장기로 퍼진 상태
난소암의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난소암의 치료는 크게 수술, 항암화학치료, 유지 치료로 나뉩니다.
난소암의 수술 치료
난소암은 수술이 가능한 상태의 신체 상태를 가진 환자라면, 정확한 병기를 알기 위해 병기설정술이라는 수술이 꼭 필요합니다. 더불어 병기설정술의 목적은 병기를 정하는 것에도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종양을 완전 절제하는 것에도 있습니다. 종양의 양이 줄어야 항암화학치료를 시행할 때 치료 효과가 더 좋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병기설정술을 다른 이름으로 종양감축술 (debulking surgery 혹은 cytoreductive surgery) 이라고도 부릅니다.
기본적으로는 말기 환자인 경우 개복 수술 (배를 크게 세로로 열어 수술) 로 진행을 하지만, 초기 난소암이나 가임력 보존 (환자의 나이가 젊어 임신 시도를 원하는 경우) 이 필요한 난소암 환자에서는 최소침습수술 (minimal invasive surgery) 인 복강경 수술이나 로봇 수술을 통해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소침습수술은 개복 수술에 비해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어요.
병기 설정 수술에 기본적으로 포함되는 장기는 자궁, 양측 난소/난관, 대망, 림프절이고, “추가 전이가 있는 부분”은 조직검사나 해당 장기의 절제를 하게 됩니다. 이 “추가 전이가 있는 부분”의 중요도 (중요한 장기를 침범), 전이 범위와 침범 깊이에 따라 수술 난이도가 높아지고, 이에 따라 수술 시간이 늘어날 수 있으며, 합병증의 발생 위험도도 증가하게 됩니다. 전이 장기에 따라 외과, 비뇨기과, 흉부외과, 이비인후과 등 여러 진료과의 협진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치료 받는 기관에 따라 환자의 특성에 따라 복강온열화학요법 (Hyperthermic intraperitoneal chemotherapy) 을 수술 직후 시행할 수 있습니다.
수술 후 적출된 암 조직을 통해 전통적인 조직병리 검사 외에도 치료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면역화학염색검사 (PD-L1, HER2, NTRK 등) 를 비롯하여 체세포/종양조직 (somatic/tumor) 종양 유전자 패널 검사 (차세대 시퀀싱, pan-cancer gene panel by next-generation sequencing), 상동재조합결핍 (Homologous recombination deficiency, HRD) 검사 등을 시행하면 이후 유지 치료 약제의 선택 및 향후 재발 시에 사용할 수 있는 약제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어요. 더불어 혈액 검사를 통해 자식에게 유전될 수 있고 형제간 공유하고 있을지 모르는 생식세포 (germline) 종양 유전자 패널 검사를 통해, BRCA1/2 를 비롯한 난소암/유방암 관련 종양 유전자 변이가 확인되면, 가족 유전자 상담도 필요해요.
난소암의 항암화학치료
난소암의 항암치료는 병기설정술 시행 이후 6-7회의 항암화학치료를 받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진단 후 바로 병기설정술을 통해 난소암의 완전 절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생각이 되면 “선행항암화학치료 (Neoadjuvant chemotherapy)” 라는 것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3회 정도의 선행항암화학치료를 시행 후 병기설정술을 시행합니다. 수술 전 3회를 시행하였기 때문에, 보통 수술 후 3-4회 정도의 항암화학치료를 시행한 후 종료합니다. 치료 받는 기관에 따라서 정맥이 아닌 복강내항암화학치료 (Intraperitoneal chemotherapy) 라고 하여 배 안으로 항암제를 넣어 치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난소암의 항암화학치료는 백금 (platinum) 이 들어간 병합 항암화학치료를 하는데, 주로 쓰이는 약은 성분명으로 파클리탁셀-카보플라틴 (paclitaxel-carboplatin) 이라는 것입니다. 회사에 따라 실제 상품명은 다를 수 있어요. 3주에 한 번씩 주로 시행을 하게 되고, 환자에 따라서는 베바시주맙 (bevacizumab, 국내에서는 아바스틴, 온베브지 등의 상품명으로 투여됩니다) 을 추가하여 비급여로 사용하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이 경우는 이후 설명드릴 유지 치료 약제도 올라파립과 베바시주맙으로 고정이 됩니다). 이 항암화학치료를 하는 동안 탈모가 진행이 되고, 구역/구토, 손발저림이 심할 수 있어요. 항암화학치료의 부작용으로 골수 억제가 발생해서 빈혈, 백혈구 수치 감소 (호중구 수 저하), 혈소판 수치 저하가 발생할 수 있으니, 추적 혈액 검사가 필요합니다. 필요에 따라서는 수혈을 해야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항암화학치료 이후 1주 이후부터 백혈구 수치가 감소하니 감염을 조심해야 하고, 항암화학치료 하는 동안에는 날 것 (회 등) 은 피하고 익힌 음식으로 식사를 해야 해요.
난소암의 유지 치료
난소암의 유지 치료는 상피성 난소암의 경우 이하와 같아요 (생식세포 난소암은 추후 따로 다룰게요).
- PARP 억제제 (올라파립 [린파자], 니라파립 [제줄라] 등): BRCA1/2 유전자 돌연변이, 상동재조합결핍 (Homologous recombination deficiency) 이 있을 경우 효과적이에요.
- 베바시주맙: 신생혈관억제제로 암세포 혈관 생성을 억제해 성장을 막는데, 올라파립과 같이 비급여로 사용하거나, PARP 억제제의 적응증 (적합한 대상) 이 아니라고 사료하는 경우 사용할 수 있어요.
첫 유지 치료의 경우 올라파립은 2년, 니라파립은 3년까지 일반적으로 사용하나 해당 기간 이후에도 아직 병변이 남아있는 것으로 부인종양 전문의가 판단하는 경우 좀 더 연장하여 사용할 수 있어요. 다만 장기간 사용시 골수이형성증후군 (myelodysplastic syndrome, MDS) /급성 골수성 백혈병 (acute myeloid leukemia, AML) 이 발생할 수 있어, 혈액 검사 추적 관찰을 잘 해야 해요.
난소암의 재발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유지 치료까지 끝난 상태라면, 처음은 3개월에 한 번씩 종양표지자 CA-125 및 영상 검사 (주로 CT 검사) 를 통해 추적 관찰을 하고, 치료 받는 기관 및 부인종양 전문의에 따라서 3개월 이상 (주로 6개월) 의 기간 단위로 추적 관찰의 간격을 넓혀서 재발에 대한 추적 관찰을 합니다. 5년간 재발이 없다면 “완치” 판정을 받게 되고 정기적인 추적 관찰을 할 수도 있겠지만, 난소암의 경우는 재발이 다른 암에 비해 흔하기 때문에 더 오랜 기간 (10년까지도 추적 관찰을 해야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꼭 명심해야 할 사항은, 직전 검사까지 재발이 없다고 하더라도 추적 관찰 도중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증상 (구역/구토, 견디기 힘든 복통, 방귀배출이 되지 않은 변비, 출혈 등) 이 발생하면, 예정된 외래 일정이 많이 남았다고 하더라도 조기에 방문하여 검사를 진행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영상 검사를 통해 재발이 확인된 경우에는 이전 백금 기반 항암화학치료의 마지막 투여일로부터 6개월이 지난 경우 백금 민감성 (platinum-sensitive) 재발성 난소암이라고 부르는데, 이 경우에는 이전에 투여했던 파클리탁셀-카보플라틴을 그대로 사용할 수도 있고 파클리탁셀 대신 다른 약제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예. 페길화 리포좀 독소루비신 [pegylated liopsomal doxorubicin], 상품명은 캐릭스 혹은 독실). 6개월 미만에서 재발한 경우는 백금 저항성 (platinum-resistant) 재발성 난소암이라고 부르며, 이러한 때에는 백금을 제외한 단독 약제 사용이 주로 권고되요 (위에서 언급한 페길화 리포좀 독소루비신이 하나의 치료 옵션입니다).
난소암 환자의 가족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가족과 함께 걸어가는 여정
난소암 환자 못지않게 환자의 가족들도 신체적/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어요. 자녀가 어리다면 자녀의 나이와 이해 수준에 맞게 설명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녀가 성인이라면, 현재 상태와 향후 치료 계획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배우자/파트너에게는 함께 치료 일정을 공유하고 솔직하게 감정을 나누는 것이 중요해요. 숨기기보다는 친구/지인과도 대화를 나누고, 어려운 점을 함께 정서적으로 공유하도록 하세요. 당신이 생각한 것보다 당신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더불어, 정신건강의학적 상담을 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특히, 정신건강의학적 상담은 환자뿐만 아니라 환자의 가족들에게도 꼭 필요할 수 있는 “치료 중 하나” 입니다. 반드시 수술과 항암화학치료만이 난소암의 치료가 아님을 기억하세요. 신체적인 치료 못지 않게 환자와 환자 가족을 지탱해주는 다른 축은 “건강하고 긍정적인 정신” 입니다. 당연히 마주할 수 밖에 없는 우울감과 삶을 멈추고픈 자살 충동 등이 생긴다면,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거나 스스로 나약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정신건강의학적 상담을 반드시 받으세요.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난소암은 대부분 말기에서 발견이 되고 생존율도 아직은 만족스러운 정도가 아니며, 재발율도 높은 암입니다. 그렇기에 난소암과의 싸움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지만, 그 길을 함께 걷는 당신의 가족과, 당신과 같은 입장에 있는 환자, 그리고 당신을 돌보는 주치의인 부인종양전문의가 있습니다. 앞으로의 여정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내고, 지칠 때에는 솔직한 표현과 함께 도움을 요청하고, 스스로를 아껴주는 것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다면, 이미 큰 용기를 내신 겁니다. 여러분의 회복과 삶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